尹 '일광'은 친일이고 文 '거북선'은 반일?…때아닌 '상호' 논란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04-09 15:26   수정 2023-04-09 15:38



‘부산 기장군 일광면(일광읍)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구역’ ‘건진법사 소속 종단은 일광조계종’ ‘일광은 영어로 선라이즈, 욱일기의 상징’...

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인 ‘더탐사’는 지난 7일 채널 내 커뮤니티에 <‘일광’에 대해 조금 알려드리자면>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인 6일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전국 시도지사, 주요 부처 장관, 부산 지역 국회의원 등과 만찬을 한 것을 두고 때아닌 ‘친일(親日) 몰이’에 나선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현황을 점검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었다. 이후 시도지사들과 해운대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 당초 한덕수 국무총리가 마련한 만찬에 윤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깜짝 등장해 실사단을 격려한 것이다.


실사단을 만난 뒤엔 시도지사들과 인근 횟집으로 이동해 늦은 저녁을 함께 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횟집 상호에 ‘일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문제삼는 글들이 야권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탐사는 횟집 앞에 윤 대통령 일행이 모여있는 사진을 올린 뒤 “부산의 일본 야쿠자모임인가요? 횟집도 왜 하필 일광(日光, 닛코)”이라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의 ‘횟집 회동’ 비난에 가세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바빠서 제주 4.3 추념식은 가지 못해도, 시구는 해야 하고, 횟집에서 뒷풀이는 해야 하는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무분별한 소비와 무책임한 정치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못하겠으면 그만 두고 내려오기를 권유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야권 비판에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마치고 여야 가리지 않고 시도지사들과 부산엑스포 지원 방안과 각 시도 현안을 초당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만찬에는 김관영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오영훈 제주지사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도 함께했다.


부산 해운대를 지역구로 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일광’은 기장군에 있는 햇볕이 처음 와 닿는 산이란 뜻의 ‘일광산’에서 유래한 조선시대 지명”이라며 “일광이란 이름이 친일이면 현재 일광읍에 사는 사람들이 다 친일파이고 일광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친일이란 얘기인가”라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부산 횟집’ 방문을 둘러싼 소동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7월 24일 오전 APEC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거북선 횟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당시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수출규제에 들어가면서 대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던 시점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횟집에 들어서며 “오늘 횟집은 부산에서 유명한 집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보수진영 일각에선 “청와대가 ‘반일몰이’ ‘죽창가’에 편승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던 민경욱 전 의원은 전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점을 거론하며 “러시아와 중국이 독도를 유린한 날 횟집 가서 스시를 드셨다? 대한민국 대통령 맞느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대통령이 방문한 식당 상호명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우세했던 탓에 크게 쟁점화되지 않았다. 민 전 의원은 이듬해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정작 보수진영에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 7일 극단적 정치팬덤과 결합한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유튜버를 언론중재 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야 강성 지지층과 일부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를 양산·유포하는 행태가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을 사당(私黨)화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것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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